동남아시아는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지역이지만,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인프라나 제도는 여전히 미흡한 편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국가에서는 입양 문화 확산, 보호법 정비, 자원봉사 중심 구조 활동 등이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의 유기동물 대응 실태를 입양 문화, 보호 정책, 현실 문제 중심으로 정리해봅니다.

입양 문화: 가족이 아닌 ‘거리의 동물’로 여겨지는 현실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이 아닌 '재산' 혹은 '유행 소비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도시 외곽이나 농촌에서는 동물이 방치되거나 거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태국은 반려동물 등록 제도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수준이라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거리에서 태어나고 버려지고 있습니다. 태국 불교 문화에서는 동물을 죽이는 것을 꺼리는 풍토가 있어 ‘안락사율’은 낮은 반면, 구조 이후 제대로 된 입양 연결로 이어지지 않아 보호소 과밀이 심각합니다. 보호소의 상당수가 민간 자원봉사자에 의해 운영되며, 입양자에 대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입양보다는 상업적 거래에 의존하고 있으며,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개념 자체가 낯선 사람들도 많습니다. 최근 자카르타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동물 구조 단체와 SNS 기반 입양 캠페인이 시작되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특정 동물(특히 개)을 기피하는 문화도 있어 입양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 입양 문화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합니다. 특히 고양이는 입양이 비교적 원활하지만, 개는 이슬람 문화적 영향으로 입양 희망자가 적고, 구조된 개들이 장기 보호소에 머무는 사례가 많습니다.
보호 정책: 제도는 있으나 실효성은 낮은 편
동남아 각국에는 유기동물 보호에 대한 기본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적인 집행력과 감시 체계는 부족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물학대 금지나 유기 금지 조항은 존재하지만, 실제 적발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베트남은 최근 들어 동물 보호법 개정을 통해 유기 및 학대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국적인 단속 체계나 통합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여, 유기동물 수나 보호소 운영 현황조차 파악이 어려운 수준입니다. 또한 식용 목적의 개·고양이 도축 문화가 여전히 일부 지역에 남아 있어, 구조된 동물들이 다시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태국의 경우, 정부가 일부 보호소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나, 운영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의 위생과 건강이 방치되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동물 보호법이 제정되어 유기와 학대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능해졌지만, 실제 법 집행은 미비한 편입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도 보호법 조항은 있지만, 대부분 선언적 성격이며, 구조와 입양은 대부분 민간 단체가 떠맡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 보호소보다는 민간 자원봉사자 중심의 구조 활동이 많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큰 도전을 안고 있습니다.
현실 문제: 자원 부족, 문화적 한계, 정보 비대칭
동남아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 시스템의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재정 부족과 문화적 인식의 한계입니다. 국가 예산의 대부분이 경제개발과 복지에 집중되어 있어, 동물 보호에 배정되는 재정은 극히 미미합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보호 활동은 비영리 단체, 종교기관, 개인 후원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안정적인 보호소 운영조차 힘든 곳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는 보호소 수가 매우 적고, 동물 보호 활동가들이 자비로 구조와 치료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호소가 없는 지역도 많아 구조된 동물들이 거리로 다시 방출되거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방접종이나 중성화 수술도 비용 문제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 비대칭도 큰 문제입니다. 입양을 원해도 어디서, 어떻게 입양할 수 있는지 정보가 부족하고, 입양 조건이나 절차에 대한 안내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SNS를 통한 정보 확산이 시작되고 있지만,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구조와 입양이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화적 장벽도 작지 않습니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부족하고, 종교적 금기, 미신, 생계 중심 사고방식이 구조 및 입양 활동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도나 법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며, 장기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캠페인이 병행되어야만 가능한 부분입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점진적인 변화는 시도하고 있지만, 문화적, 재정적, 제도적 한계로 인해 대응 실태는 여전히 미흡한 편입니다. 입양 문화 형성, 법 집행력 강화, 정보 시스템 정비 등 다방면의 노력이 요구되며, 국제사회와 NGO의 협력도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어느 나라에서든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입양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